일제강점기에 행정 지역 통폐합에 따라 보령군과 남포군, 오천군 등 세 지역이 보령군으로 개편되면서 대천면은 보령군의 인구와 경제가 집중되기
에 이른다. 이후 1963년 대천읍으로 승격되었고 1986년 다시 대천시로 승격되고, 1995년에 또다시 대천시와 보령군이 통합되어 ‘보령시’로 개명
돼 지금에 이른다. 이와 같은 도시의 발전적 변천사는 지역 경제와 상권을 쥐락펴락했던 보령중앙시장의 변천사도 같이 써 내려갔다.
1929년 12월 영업을 개시한 대천역보다 3년 앞당겨 영업을 시작한 보령중앙시장은 올해로 88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보령시의 대표적 재
래시장이다. 1851년 ‘원홍주육군상무사’라는 이름의 보부상 조직의 활동으로 보령에 장이 서면서부터 유래한 보령중앙시장은 일제강점기, 해방기,
6ㆍ25동란기 등 시대적 격변기를 거치면서도 변함없이 보령지역의 상권을 지켜왔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인터넷쇼핑몰, TV 홈쇼핑 등이 재래시장의 상권을 위협하는 쇼핑문화의 사회적 변천 속에서 보령중앙시장도 시대적 변화를 피
해 갈 수는 없었다. 또 시장과 이웃해있던 기차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이 시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더욱 활기를 잃은 곳이 보령중앙시장이다. 다행히
2014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어 재기의 기반을 마련한 이 시장의 상인회에서는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보령중앙시장 문화관광형 시
장 육성사업단(이하 시장사업단 이라 함)’이 2014년 8월 발대식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했다.
시장사업단에서는 ICT 기반 농·공상품 통합유통정보시스템 구축과 상인협동조합 설립, 로컬푸드 매장 개설 등의 중점사업 추진과 더불어 다양한
고객만족 이벤트를 진행한다. 일정 금액 이상 상품 구매 시 지급하는 쿠폰 이벤트와 매월 11일 전통시장 방문객 대상 상품권 응모 이벤트, 매월 8
일과 23일 5일 장날에 맞추어 전시·길거리공연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매월 5일 장날에 맞추어 시장 내에 할머니 난전 특화거리도 운영된다.
보령 재래시장의 중심, 보령중앙시장
보령중앙시장은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이 시장사업단이 발대되기 이전부터 선행되었다. 시장 골목을 전천후 쇼핑공간으로 현대화하기 위해 천정을
얹고, 현대적 감각의 간판으로 상점들의 간판 모두를 리모델링한 것. 게다가 시장 입구에 고객용 주차장을 설치·운영하고 있어 고객 편의 증진을 위
한 기반 시설 모두를 갖춘 셈이다. 이제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 예전의 활기 넘치는 시장으로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다.
때가 마침 장날이어서 주차장 옆 시장 입구로 들어서는 첫머리부터 노점상이 펼쳐놓은 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서해의 도시 보령의 장터에서 빠질 수
없는 물산이다. 노부부와 노점상 할머니의 흥정소리를 뒤로하고 시장 안으로 더 들어서면 과일전, 국밥집, 잡화점을 지나 재래시장의 패션거리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시장은 ‘시장표 패션거리’와 건어물 및 제수 거리, 채소를 비롯한 가공식품류와 음식을 파는 거리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꼭 그렇지마는 않다는 애매한 표현을 해둘 수밖에 없는게 거리 구석구석 난전을 편 할머니들이 보따리를 풀어
놓고 손님맞이를 하고 있는가 하면 옷집 중간에 어울리지 않는 젓갈가게가 끼어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팍팍해진 가게 살림을 살리기 위해 취급 품
목을 바꾼 집도 있고, 기존 가게를 유지하면서도 가게 앞에 노점상처럼 물건을 내놓고 겸업을 하는 집 찾아보기도 어렵지 않다. 노점상과 공존하던
옛날 전통시장의 면모를 서서히 갖추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시장, 한내시장
중앙시장을 패션거리를 따라 시장의 끝까지 가면 길 건너에 또 다른 시장이 간판을 달고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한내시장’이 그것. 길 건너 한내
시장으로 들어서면 시장표 패션거리의 연장처럼 의류점포가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이 거리를 지나면 중앙시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어물전거리와 채소전거리가 그것. 쌓아놓은 물량과 가게(또는 노점)의 수에서 같은 품목의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한데 모여 특화시장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기실 한내시장은 지역상권적인 측면에서 이름이 다르다고 태생이 다르지는 않다. 중앙시장을 이용하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시나브로 주변으로
장이 확장되면서 규모가 커지고, 별도의 상인회가 설립되고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중앙시장과 한내시장과 더불어 시장이 계속 확장되
면서 많을 때는 7개의 장이 설 정도로 성시를 이루던 보령의 장터였다. 한내시장 뒤쪽으로 대천천을 매립하여 선 동부시장과 현대시장은 그 명맥만
을 유지하고 있다.
보령시 대천동 번영로 전경. 오른쪽이 보령종합시장이다. 대천동은 625동란이 끝나고 폐허된 자리에 계획도시의 형태로 도로와 도시기반
시설이 들어서는 등 도시의 형태를 일찍부터 갖추었다. 군청, 교육청, 금융기관들이 들어서 행정과 경제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한때 보령군
인구의 삼분의 일인 오만명의 인구를 기록하기도 했다.
보령중앙시장은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면서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옛날 노점상과 동거동락 하던 정겨운 시절을 꿈꾸고 있다.
중앙시장 고객주차장 전경. 시장 내에 부지를 마련하여 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중앙시장 입구 전경.
장날을 맞아 장구경 겸해서 장을 보러 나온 노부부가 싱싱한 해산물을 가지고 나온 상인에게 가격을 묻고 있다.
국밥집과 과일전이 있는 곳을 지나면 시장표 패션거리가 시작된다.
잡화점에서 밥보자기를 고르고 있는 할머니. 밥보자기를 씌워놓은 시골밥상이 눈에 선하다.
건어물전 풍경. 됫박에 고봉으로 소복이 올려놓은 멸치의 모습에서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다.
중앙시장의 시장표 패션거리. 요즘 유행하는 아웃도어가 눈에 많이 띈다.
패션거리의 중간 중간에 난전을 펴고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 장날이면 같은 곳에서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패션거리의 젓갈가게. 젓갈 인심도 푸짐하여 알아서 덤을 준다. 광천젓갈을 취급하고 있다.
건어물상회가 거리를 이루고 있는 중앙시장 풍경.
한 상회 앞에 세워놓은 자전거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소위 짐차라 불리우는 이 자전거 집칸에 사람 키보다 높게 물건을 쌓고 북적이는 장터를 이리저리 비집고 다니던 풍경이 선하게 그려진다.
이 자리에서 30여년을 한결같이 생선장사를 해왔다는 71세의 한순희 상인은 모두가 옛날 같지는 않지만 역과 터미널이 있을 때만해도 매상이 괜찮았다고 한다.
노점 뒤의 벽화는 대학생들이 와서 그려준 것이라며 시장이 다시서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한순희 상인이 지키고 있는 이 골목은 역과 터미널을 오가는 길목으로 유동인구가 많았다. 그때의 반의 반 만이라도 사람들이 와줬으면 하는 게 한 씨의 바람이다.
중앙시장 주차장 아래쪽의 또 다른 입구. 채소전과 반찬가게, 가공식품 등과함께 군것질에서 식사까지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점과 제과점이 있는 곳이다.
시장 안의 콩나물 노점 앞에서 장보러 온 사람과 상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상인이나 장보러 온 사람이나 매번 같은 장을 다니다 보니 이웃이나 마찬가지다.
생강, 토란, 감자, 양파, 골파, 소금, 콩나물, 두부, 팥 등 갖가지 농산물 조금씩 고루 가져와 장을 보고 있는 노점의 모습에서 정겨움이 묻어난다. 손님 잘 만나면 한꺼번에 쓸어 갈수도 있을만하다.
잔치국수와 백반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의 주인은 원래 식당만 했었는데 손님도 없고 노느니 반찬 판을 벌였다. 배추김치와 파김치가 먹음직스럽다.
손님상에 나가는 김치는 이곳에서 무한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김치인심만큼은 최고다.
단팥빵으로 이름 높은 ‘엄마빵사줘’.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중앙시장의 빵집이다.
어머니국수 또한 중앙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다.
심청이네 빵은 찹쌀도너츠와 꽈배기가 인기 상품이다. 옛맛을 잊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단골손님으로 많이 온다.
보령중앙시장은 한내시장과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한내시장 패션거리의 한복집. 이외에도 두세 점포가 더 있다.
한내시장 패션거리의 전경.
한내시장 패션거리의 전경.
패션거리를 지나면 해산물이 가득한 점포가 있는 거리에 이른다.
한 상인이 제철을 만난 굴 한망을 들고 어물전 거리를 지나고 있다. 제법 시장의 규모가 크다.
갯벌에서 직접 굴을 따와서 껍질을 벗기고 있는 상인의 손에서 굴이 떠날 줄을 모른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바지락, 겨울에는 굴을 마을 앞 갯벌에서 캐 매일 장을 보러 온다는 할머니는 무창포 아래 용도마을에서 장을 보러 오기를 20년,
이름을 물으니 ‘순애엄마(64세)’라 불러달란다.
소박한 노점을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할머니는 70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이다. 단골이 많아 크게 매상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게 젊음의 비밀일지 모를 일이다.
채소전이 시작되는 길목의 속옷가게 풍경. 가게 앞에 늘어놓은 반찬거리는 속옷가게 주인이 겸하고 있는 사업이다. 인터넷 쇼핑의 확산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속옷가게 주인의 고육지책이다.
김장철을 맞이하여 배추와 무가 가득하다.
각종 반찬류와 나물, 푸성귀가 주종을 이루는 채소전 거리는 보기에도 풍성하다.
채소전의 색채를 제대로 뿜어내고 있는 시장 사거리 풍경.
채소전을 돌아나가면 호떡집이 군침을 삼키게 한다.
순대볶음을 잘하는 집은 야채순대볶음 하나로 단골을 불러 모은다.
말을 걸 새도 없이 야채순대를 볶는 손길이 분주하다.
꼭 때가 아니더라도 구준할 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가 빠지지 않는다.
방앗간 주인은 떡과 함께 잡곡을 팔고 있다. 예전처럼 방앗간의 경기가 안 좋아 시작한 장사다.
자가용 이용 안내 : 서해안고속도로 보령나들목 통과 후 우회전하여 보령보령종합터미널 방면으로 진행 후 터미널삼거리에서 좌회전,
남대천교를 건너 다음사거리에서 직진, 0.55km 전방 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0.2km 전방에서 다시 우회전하여 0.1km 진행하면
오른쪽에 보령중앙시장 고객주차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