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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보령의 매력은 도대체 몇 개일까?- '보령 한 달 살기' 사업 참여 후기 글의 상세내용 : 글의 상세내용을 확인하는 표로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첨부, 내용으로 나뉘어 설명합니다.
제목 질문 보령의 매력은 도대체 몇 개일까?- '보령 한 달 살기' 사업 참여 후기
작성자 편** 등록일 2024-05-21 조회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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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하면 떠오르는 건 뭘까? 대부분 '머드축제'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것 만으로는 너무 단편적이지 않나 하는 반성이 들었다. 나와 아내는 7월 이후엔 보령과 서울을 오가며 살아 보기로 결심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 차에 보령시에서 모집하는 '보령 한 달 살기(봄편)' 프로그램에 응모했다가 선정되는 바람에 보령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그랜드베이 호텔'에서 묶으며 보령의 관광지와 서점, 도서관, 식당 등을 돌아다녔다. 그때마다 기록한 메모들을 요약해 정리해 보았다. 어떤 글은 존댓말이고 어떤 글은 하다 체로 된 것도 있다.

1) 미옥서원
보령 오서산 깊은 곳에 ‘미옥서원’이라는 책방이 있다는 건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그곳에서 열리는 북토크에 참석하게 되었다. 차를 타고 숲 속으로 한참 올라가자 기와집과 양옥이 어우러진 건물들이 나타났다. 스케일에 놀라다가 현판 글씨가 신영복 선생의 필체라 또 한 번 놀랐다. 이런 곳에 서점이라니 이걸 만든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토크 작가는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의 윤송현 작가였다. 인문학자인 윤 작가는 책과 교육에 대한 평생의 관심과 틈 날 때마다 북유럽의 국가들을 여행하고 연구하며 느낀 점들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시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시민들과의 경험도 한몫했을 것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우리는 대충 흩어져 자리에 앉아 윤송현 작가와 이재종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엔 빗지 않은 머리와 남방 차림 때문에 좀 완고한 느낌이었으나 특유의 솔직한 달변과 간간히 튀어나오는 유머 때문에 바로 북토크에 빠져들 수 있었다. 사회를 맡은 이재종 대표도 너무 박식하고 재밌는 분이었다.
북토크는 이재종 대표가 책에서 발췌한 부분을 읽거나 가리키며 윤성현 작가에게 대답을 강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순간순간 알차고도 깊었다. 이 대표와 윤 작가의 티카티카도 즐거웠다. 나는 쉬는 시간에 윤 작가에게 어렸을 때 TV에서 본 할리우드 영화 《모든 것은 키스에서 시작되었다》 얘기를 하며 제목 잘 지었다는 말씀을 드렸다. 숲 속에 이렇게 큰 서점을 지은 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까지 온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다음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또 오고 싶은 곳이다.

2) 해변 맨발 걷기
토요일 아침 혼자 천변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슈퍼어싱 해변맨발걷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맨발로 해변을 걷는다는 행사 컨셉이 단순하면서도 신선해서 한 번 참가해 보고 싶었다. 버스를 타고 대천해수욕장까지 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나눠주는 신발주머니와 물, 그리고 보령의 특산품인 머드비누를 받아 들고 즐거워했다. 나는 물품보관소에 나의 가방과 아내의 백을 맡기고 신발주머니만 등에 매었다. 산책을 하는 시간이니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고 싶었다.
여성 아나운서가 나와 사회를 보았고 간단한 몸 풀기를 한 뒤 참석한 내빈들을 소개했다. 보령시장님이 왔고 국회의원, 시의원, 무슨 무슨 협회 회장들이 나와 인사를 했다. 우리는 눈을 돌려 바다를 바라보며 "와, 대천해수욕장이 이렇게 넓었구나."하고 감탄했다. 이런 행사를 기획한 보령시의 아이디어는 칭찬할 만하다 생각했다. 모래사장은 깨끗해서 맨발로 걸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보령시에서 미리 나와 위험한 것들을 미리 다 치웠다는 아나운서의 안내 멘트가 있었다.
해변을 따라 고작 1.5Km의 거리를 왕복하는 단순한 행사였지만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닐 사이먼의 연극 중 '브라이튼 해변의 추억'이나 '맨발로 공원을' 같은 작품을 보던 20대의 기억이 스치듯 지나갔다. 아내는 대학 1학년 때 워크숍으로 한 번 대천해수욕장에 와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해변이 이렇게 예쁘고 넓은지 몰랐다고 했다.
사람들은 맨발로 파도가 찰랑거리는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크게 웃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맨발로 걷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문득 '지구상의 모든 동물 중 유독 인간만 무좀에 걸린다'라는 명제가 생각났다. 신발을 신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맨발로 걷는다는 컨셉이라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도 않을 것 같으니 이런 행사는 해마다 계속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대회장을 나와 발을 씻고 신발을 신었다. 원시의 시대에서 문명의 세상으로 금방 돌아온 것 같아서 약간 서글펐다.

3) 보령도서관
우리가 묵는 숙소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도서관은 ‘보령도서관’이었다. 지난번엔 보령에 도착해서는 정작 보령 아닌 홍성에 있는 충남도서관부터 갔었으므로 이제 ‘보령 한 달 살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하기에는 아주 적당한 이름의 도서관이었다. 아내와 나는 보령 친구들과 점심을 먹기 전 잠깐 도서관에 들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대천중학교와 한내초등학교 근처였다. 도서관 가는 길에 ‘수청사거리’라는 도로표지판이 등장하자 아내가 변사또 같은 목소리로 “수정을 들라!”라고 작게 외쳐서 잠깐 웃었다.
도서관은 아담하고 깨끗한 3층 건물이었다. ‘충청남도보령교육지원청’이라는 수식이 붙어 있는 걸로 봐서 지역 주민을 위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것 같았다. 1층엔 일요일만 제외하고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각 방에선 여러 가지 교육 클래스가 진행 중이었다. 스피커로 영어가 크게 들리길래 가까이 가 보니 ‘영화로 배우는 역사’라는 과목명이 문 앞에 붙어 있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강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같았다.
2층으로 올라가자 일반열람실로 들어가기 전 중앙 안내판에 심윤경 작가를 모시고 하는 강연 예고가 쓰여 있었다. 5월 3일 금요일이었다. 아내와 나는 쾌재를 부르며 스마트폰에 메모릉 했다. 일반열람실은 작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나는 가방을 테이블 옆에 놓고 서가를 구경하다가 신간 코너에 가서 창비에서 나온 장이지 시인의 시집 『편지의 시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시집 뒤에는 오은 시인의 추천사도 보였다. 이 시인은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향기》를 보고 쓴 시가 마음에 들었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샤이닝》 얘기를 할 땐 ‘오버룩 호텔’ 얘기도 나왔다.

4) 인정식당
비가 오는 날 아침에 아내와 산책을 나갔다가 인정식당에 갔습니다. 아욱국으로 유명한 백반집이었는데 저는 소고기미역국을, 아내는 아욱국을 먹었습니다. 밥과 국은 물론 반찬으로 나온 머윗대와 계란말이도 맛있더군요. 다 먹고 제가 18,000 원을 이체하고는 스마트폰을 보여 드렸더니 사장님이 안 봐도 된다고 하며 웃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금액을 꼭 확인하셔야 한다면서 제 예전 실수담을 하나 말씀 드렸죠. 600만 원을 보내야 하는데 600 원을 보낸 적이 있었다고요. 사장님과 우리가 그 얘기를 하며 깔깔 웃고 있는데 손님 중 한 분이 일어서더니 자기도 예전에 200만 원을 보내야 하는데 200원을 보낸 적이 있다고 해서 또 웃었습니다. 웃음이 넘치는 식당이었습니다. 어제 오전에 보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5) 서점 카페 검은고양이
인정이 넘치는 인정식당을 나와 '검은고양이'라는 서점을 찾아갔습니다. '서점 카페 검은고양이 KURONENKO'라 쓰여 있는 이 집을 들어가니 서점 여기저기에 애거서 크리스티나 히가시노 게이고 등의 추리소설들이 즐비한 걸로 봐서 아무래도 추리소설 전문서점 같았습니다. 저는 특히 판매용 책꽂이에 있는 홍콩의 추리소설 작가 찬호께이의 『망내인』이 반가웠습니다. 이미 『13.67』 등 이 작가의 소설을 세 권이나 읽었는데 이 작품은 아직 못 읽었거든요. 그런데 아내가 매대 위에 있는 다른 책을 가리키며 "여보, 에드거 앨런 포 상을 탔대."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서 쳐다보니 '붉은 궁'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캐나다에서 자라 미국에서 활동하는 허주은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며 "저도 글을 쓰는 작가인데, 제 책은 여기에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네요."라고 인사를 했더니 사장님이 어느새 인스타그램으로 저와 아내를 팔로우했다며 웃으셨습니다. 사장님은 얼마 전까지 보령시청에서 일하다가 정년을 몇 년 앞두고 그만두고 서점을 차렸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보령 한달살기'를 하고 있지만 7월부터는 보령으로 살러 올 거라고 했더니 매우 반가워하셨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돕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좋은 곳에서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람을 만나니 비가 와도 쓸쓸하지 않았습니다.

6) 석탄박물관
차를 빌려 무궁화수목원에 갔습니다. 비 오는 화요일이라 사람도 별로 없더군요. 수목원을 돌아다니다가 보령석탄박물관에도 갔습니다. 석탄박물관에 가서야 보령이 화력발전으로 유명했던 곳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부터 얼마 전까지 번성했던 지역 광산의 모습이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막장드라마'의 막장이라는 단어가 바로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물론 뜻은 드라마 쪽이 더 비참하고 나쁘지만 말입니다.
박물관은 생각보다 넓고 길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출퇴근하는 광부들의 지켜야 할 금기 사항'이었습니다. 출근 전에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하지 않거나 '죽을 사'자를 연상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는 등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는 징크스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비하적이고 미신적인 타부들도 많았지만 비좁고 탄가루로 가득한 열악한 공간에서 중노동에 시달리던 광부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개 숙여졌습니다.

7) 그랜드베이호텔
보령에 내려올 때마다 묵는 호텔은 그랜드베이호텔이다. 이번 ‘보령 한 달 살기’ 프로젝트 이전부터 보령에 올 때마다 이 호텔을 예약했다. 여행을 다닐 때 번거롭게 숙소를 옮기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조용하고 깨끗했다. 호텔 특유의 소독약이나 방향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일박 7만 원인데 프로젝트에서 제공하는 숙박료를 살짝 초과하긴 하지만 그 정도는 우리가 부담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침대시트를 매일 갈 필요는 없고 외출하는 동안 와서 수건과 물만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호텔에 들어와 자다가 새벽 세 시에 깼다. 돈이며 이사, 서울과 보령에서 살 집을 구하는 문제, 장래의 비즈니스 방향성과 노후대책까지 갑자기 온갖 걱정거리가 몰려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여행지에서 가끔 겪는 일이다.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니 변기 물 빠지는 소리가 천둥소리보다 우렁찼다. 게다가 화장실은 불을 켜면 자동으로 환풍기가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아내의 상태를 살피며 조명을 한쪽만 살짝 켜려고 했는데 스위치 조작이 익숙지 않아서 온갖 군데 불이 차례로 다 사납게 켜지고 꺼졌다. 아내가 깨서 짜증을 낸 것은 물론이다. 나는 급하게 사과를 하고 불을 끈 뒤 침대에 누웠다. 정신이 말똥말똥하고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바지를 꿰입고 윗도리를 걸친 뒤 책과 노트를 들고 로비로 내려왔다. 새벽의 로비는 한산했다. 호텔 실장님이 프런트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가 나를 맞았다. 잠이 안 와서 로비 의자에 앉아 책을 좀 읽겠다고 했더니 그러시라고 친절하게 대답했다. 새벽 여섯 시 반까지 책을 읽다가 객실로 올라가니 아내가 깨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가 불을 켰다 껐다 하는 바람에 깨서 계속 그러고 있었다고 했다. 결국 나 때문에 아내까지 잠을 설친 것이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자자고 하고는 침대에 누웠다.
생각해 보니 나는 새벽에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둘째 날은 그래서 일부러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났다. 눈을 뜨니 네 시였다. 이번엔 객실 불을 켜지 않고 그대로 조심스럽게 옷을 입은 뒤 책과 노트를 챙겨 로비로 내려왔다. 어제 계시던 실장님이 또 계셨는데 가볍게 코 고는 소리가 들리길래 조심스럽게 소파에 가 앉아 책을 읽고 노트에 메모도 했다. 새벽의 평화가 느껴졌다. 물론 내가 새벽마다 이러는 건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다. 다만 어쩌다 눈이 떠지더라도 이 로비를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할 것 같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호텔이나 대합실은 쓸쓸하기 그지없지만 그랜드베이의 로비는 그리 쓸쓸하지 않다. 가벼운 음악이 흐르고 실장님 코 고는 소리가 주는 편안함도 있다. 그리고 간헐적으로 새벽에 일어나 혼자 노는 중년 남자가 있다. 보령에서 보내는 한 달 동안 이 로비를 애용할 것 같다.

8) 결론
이전까지는 모르던 지역 '보령'이었는데 한 달 살기를 하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공부를 해보니 보령은 여러 가지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일단 바다와 산, 도시가 모두 어우러져서 살기에 편리했고 석탄박물관 같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도 적지 않았다. 보령시청 대외협력과 윤지영 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령은 석탄광에서 벗어나 그린에너지 도시로 바뀌고 있었고 글로벌 해양레저 관광도시., 포용도시 등의 목표를 실행하고 있었다. 전국 최초로 굴구이와 조개구이가 시작된 곳이라는 것도 여기 와서 알게 된 사실이다.
유홍준 교수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라는 말처럼 보령 한 달 살기 덕분에 이 도시를 다시 보게 되었다. 다행히 앞으로 보령에서 더 오래 시간을 지낼 것 같으니 보령과 더 잘 사귀어 봐야겠다. 보령, 우리 잘해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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